별거 아닌 이야기1
손님(ad8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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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7 19:25
결혼도 하고 그냥 기억나는거 몇개 적으면서 인생을 돌아볼까 하고 써봄
고등학생땐 교회를 정말 열심히 다녔었어
일주일에 3일을 교회에 나가면서 뭐 고등부 활동도 열심히 하고
그러다 고1때 교회에서 크리스마스때 큰 행사를 한다고 같이 해보자고 하더라고
어릴때부터 여자에 관심은 많았으니 모르는 애들 누나들도 친해질겸
어차피 교회에 살다시피 했으니까 그러자고 했지
준비 기간이 한 세달정도 됐나 정말 큰 행사였거든
교회를 다니며 눈 여겨보던 고등부 보조교사 선생님이 있었어
동글동글했는데 눈 웃음이 너무 예뻤거든
근데 그 선생님도 준비에 매번 나오더라고
준비하러 나가는 날은 그 누나 보러 간다고 설레며 나갔었지
한 1-2주 그렇게 나갔나 누나가 말을 걸어주는데 심장 터져 나가는줄...
누나도 그 반응이 즐거웠는지 은근 자주 말도 걸면서 친해졌어
그러다 어느 날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누나를 마주친거야
누나도 집 가는 길이라고 근데 출출하면 밥 사줄테니 밥 먹고 가자더라
옳다쿠나 하고 밥 먹고 얘기 좀 하고 심장 좀 추스르고
집에 갈까 하는데 누나가 자기 멀리 안산다고 걸어서 데려다달래
아마 이때부터 누나는 날 꼬실 생각을 했었을지도..
나는 17살이었고 누나는 22살이었으니까
나보단 뭐 능수능란 했겠지 ㅎㅎㅎ
11월쯤이었나 추운 겨울이 됐고
우리도 가까워질 만큼 가까워졌어
매번 끝나고 데려다주고 밥도 먹고 했으니까
나는 이미 누나한테 푹 빠져 있었고
누나는 그걸 모를리가 없었겠지
어느날 집에 데려다 주는데 한강에 가고싶대
따뜻한거 하나씩 사서 한강변에 앉아 뭐 얘기하다 눈 마주치면
나는 또 얼굴 빨개지고..
별거 없는 얘기들을 하다가 누나가 날 빤히 보더니
"너 키스 해봤어?"
라고 물어보더라
난 그때까지 아무 경험도 없었던 찐따였던지라
허허 웃기만 하면서 멋쩍게 있었는데
누나가 갑자기 내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하더라
질세라 나는 누나 입술에 쪽 하고 뽀뽀를 했는데
누나가 피식 하고 웃더니
내 얼굴로 천천히 다가오면서 입술을 포갠거야
그 키스 전에 하는 입술 포개기 있잖아
십몇년이 지났는데도 기억나
나는 어쩔줄 몰라서 심장만 부여잡고 있고
머리가 띵 하니 아 이게 키스인가 싶었는데
혀가 슬쩍 들어오더라
아니 이건 신세계다
이게 첫키스때 머릿속에 폭죽이 터진다는거구나
개쩐다
와..
하면서 난 가만히 있었음 ㅋㅋㅋㅋㅋ
그러다 누나가 슬쩍 떼더니 같이 하는거래 ㅋㅋㅋㅋ
그러고 바로 돌진해서 진짜 한시간은 키스만 한 것 같아
뭐 가슴 만지고 이런거 모르고 키스만...
그렇게 내 첫키스를 누나한테 뺐기고
이제 집에 들어가자며 일어서려는데
추운 날씨에 밖에 오래 앉아있었어서 그런지 둘 다 다리가 얼어서 엉거주춤 하고 일어나면서
둘이 낄낄 웃으며 누나 손을 잡고 집에 데려다주고 집 앞에서 한번 더 뽀뽀를 하며 헤어졌어
그 후로 내 핸드폰 누나 이름 뒤엔 하트가 붙었지 ㅋㅋㅋㅋ
교회에서 만나면 지나갈때 손 한번 잡고 그러면서 스릴 있는 교회 생활을 했달까..
행사가 끝나고 이제 누나랑 자주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져서 좀 시무룩해 있는데
누나가 대뜸 너 학교 공부 성적 얼마나 나오냐고 물어보더라고
공부 말고 딴거를 했던지라 성적은 개판이었고
누나가
"안되겠다 내가 과외해줄게"
라며 과외를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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