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e랑 다시 만나게 됐어
안녕 오랜만이지ㅎㅎ
제곧내로 나 e랑 다시 만나게 됐어
예전에 썼던 댓에서
e한테 연락와도 불안해서 다시 만나지는 않을 거라고 그랬는데
음..ㅋㅋㅋㅋ 다시 만나게 됐다리
일주일 전에 e한테 갑자기 전화가 왔어
번호는 지웠지만 눈에 익은 번호라서 손 덜덜 떨면서 받았는데
만나서 얘기 좀 하자는 거
근데 이 때까지만 해도 다시 만나지않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왜? 무슨 얘기 그냥 전화한 김에 해 라고 했어
그러니까 e가 또 차분한 목소리로 만나서 얘기하자고 그러는데
갑자기 화가 나는 거야ㅋ;;;
아니 무슨 얘기길래 자꾸 만나서 하자는 거냐
이제 술주정도 안하고 다 정리하고 잘 지내려고 하는데
왜 나 또 휘둘리게 하려는거냐 하면서
화내다가 갑자기 엉엉 울었음..;;
전화기 붙들고 엉엉 우는데 e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내 동생 방으로 들어오다가 나 우는 거 보고 다시 뒷걸음으로 나감
원래 휴일이라 치킨시켜먹으려고 했었거든ㅋㅋㅋ
치킨 고르자던 언니가 엉엉 울고있어ㅋㅋㅋㅋㅋㅋㅋ
어째든 울다가 안 만날거야 꺼져 아무말도 하지마 했는데
e가 미안해 보고싶다 만나서 얘기하자 그랬음
그 말 들으니까 심장 멈추는 거 같고 우는 것도 멈추고 손도 다시 떨림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e가 내일 몇 시에 데리러 갈까 물어봤어
그 와중에 2시라고 대답함ㅋㅋㅋㅋㅋ
얼굴보고 밥 안 넘어갈 거 같아서 일부러 애매한 시간 부름
통화 끝나고 설마 다시 만나자고 얘기하려나 그러면 어떡하지
별 생각 다 하면서 좀 진정하고 나가니까 엄마랑 동생 치킨 먹고 있음
동생이 언니 울고 있어서 자기가 혼자 골라서 시킨 거니까
치킨 맘에 안 든다고 또 울지 말래 미친;;ㅋㅋㅋㅋ
엄마가 어떤 놈이 또 갑자기 울리냐고 물어봐서
치킨 먹으면서 e한테 연락 왔다고 얘기해줬더니
엄마랑 동생이랑 의견 갈림
엄마는 무조건 나가지말라고 하고
동생은 뭔 얘기하나 나가서 들어나 보라는 쪽이었음
사실 둘이 뭔 얘기를 하든 난 이미 전화 받을 때부터 무너져있었어
다음날 e가 데리러와서 울 집 바로 앞 상가에 있는 카페 가서 얘기함
나갈 때 엄마랑 동생이 교회 나오라거나 치약 화장품 사라거나
보험 들라고 하면 뺨 때리고 와도 된다고 놀림..
둘이 마주 보고 앉아서 쭈뼛거리고 있는데
이상하게 처음 데이트 하던 날 생각나고 그러면 안 되는데 설레고 그러더라
e가 한참 뜸 들이다가 보고싶었어 라고 했는데
내가 그런 말 말고 하자는 얘기가 뭔데 물어봤음
그러니까 e가 결혼하자 그랬음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뭐래 라고 해버렸어
이후로 1시간 가까이 e가 자기 얘기를 해줬는데
요약하면
지금 자기 조건으로는 결혼하기가 힘들어서 부모님한테 말했다
부모님이 결혼 하라고 했고 나랑 결혼하고 싶다 끝 이야
근데 이 과정이 엄청 쉽지 않았다는 거지
원래 e는 운동선수였어
아버지는 그냥 자기 회사 받아서 운영했으면 좋겠는데
아 큰 회사 아니야 그정도로 부티나는 사람도 아니고 금수저도 아님ㄴㄴ
e가 자기가 하고 싶다고 밀고나가서 선수까지 한 거 였음
근데 선수생활 할 때 아버지가 응원하러 한 번도 안 가고
아버지가 탐탁지않아 해서 자잘한 마찰이 계속 있었데
그러다가 터진 게 e가 부상 당해서 선수생활을 그만두게 됨 ㅠㅠㅠ
큰 수술까지 해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 때 병원에 누워있는 자기한테 아버지가
어차피 비인기종목이고 이참에 잘 됐다고 회사로 들어오라는 말을
또 해서 그 때부터 남남처럼 살게 됐다고 그랬음
자기는 인생이 박살난 기분이었는데 잘 됐다고 말하는 아버지가
너무 무심하고 배신감까지 들었다고 그랬어ㅠ
선수생활 한 거 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이런 사정이 있는 줄은 몰랐음
나이 들어서는 그때 자기보다 더 절망적이고 어떤 방향으로든
아들을 다시 일으켜주고 싶은 아버지 마음이 이해가 됐는데
남처럼 1년 넘게 지내니까 쉽게 말도 못 붙이겠고
그 이후로는 뭔가 평범하게 지내려는 게 더 어렵게만 느껴졌다고 했어
그러다 나 만나고 헤어지고 나서
인생 처음으로 아버지한테 술 사달라고 말을 꺼냈는데
옆에서 어머니가 더 신나서 둘 데리고 횟집 갔다는ㅋㅋ
아버지랑 소주 한 병 비웠을 때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있다고 했고;; 예 그게 저랍니다;;
어머니는 신나서 그 여자가 누군데 이러냐고 얼른 데리고 오라고 그러고
아버지는 그날 아무 말 없다가
다음 날 아침에 이번 추석에 한 번 데리고 오라고 했데
e랑 성격 존똑; e가 아버지 많이 닮은 것 같음;;
어째든 자기는 이제야 결혼할 준비가 된 것 같다면서
바보처럼 놓치느니 아버지 도움도 받고 구차하게 매달려서라도
나를 다시 만나고 싶댔음
얘기 듣는데 다쳐서 큰 수술하고 절망했을 e를 생각하니
괜히 눈물나서 휴지로 눈물 찍어내고 그랬다
근데 나는 한 번도 결혼생각을 해 본적이 없단 말이야
입 밖으로 꺼낸 적도 없음
내가 언제 결혼하고 싶다고 그랬냐고
헤어질 때도 지금도 왜 그렇게 결혼 얘기냐고 따졌음
e가 자기 특유의 얼 때리는 표정으로
자기 집으로 나 데려갈 때마다 결혼하고 싶다 생각하고
매일 데려다주면서 보내기 싫다 이런 생각 드는데
나는 안 그랬냐고 물어봤음
난 안 그랬는데 바로 대답하니까 e가 배신자라고 그랬음
결국 e가 많이 양보해서 우리 1년만 더 예전처럼 연애하다가 결혼하자 라고 했어
진짜 솔직하게 e를 다시 봐서 너무 좋은데 결혼 얘기에 주춤했음
아니 연애랑 결혼이랑은 차원이 다른 문제 아니야?
내가 잘 모르겠다고 좀 생각해보겠다고 그랬음
커피도 다 마시고 얘기도 다 하고
e가 우리 이제 뭐하지 하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 같길래
집에 간다고 그러고 일어나자 했음
e는 알겠다고 하고 집에 데려다주고
늘 그랬던 것처럼 엘베 앞까지 와서 기다려줬어
엘베 앞에서 e가 다시 한 번 1년만 더 연애하다가 결혼하자고 그랬는데
내가 생각해본다고 그랬잖아 라고 했더니
e가 생각하지마 너도 나 없이 못 살잖아 하면서
내 손을 슬며시 잡았음
이 때 내가 또 감정이 막 올라와가지고
엉엉 울면서 5개월 넘게 잘 지냈다고 막 따졌는데
e가 안아서 달래줬다..ㅎㅎ
그러고 집에 들어왔는데
대기 타고 있던 엄마랑 동생이 빨리 들어왔다면서
뭔 얘기 했냐고 또 울었냐고 다그쳤음
e 가정사 얘기니까 대충 가릴 거 가리고 얘기했는데
엄마가 진지하게 그 집에서는 니가 복덩이라 이쁨은 받겠네 그랬음
남남처럼 지내는 부자사이 붙여놨다고 시어머니가 이뻐할거라고
내가 무슨 결혼이냐고 엄마랑 같이 살거라고 하니까 ㅈㄹ하지 말고
난 어쩌고 싶냐고 물어봤음
나는 e가 너 나 없이 못 살잖아 했을 때
ㅇㅇ맞습니다 예예 그럼요 이거였지만..
바로 수긍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엄마한테도 생각해 볼 거라고 했음
근데 동생이 엄마 쟤 이미 마음 속으로는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았다고 함
예리한 년
이후에 긴 연휴 동안 다시 만나기로 하고 데이트도 하고
결혼은 아직 보류 중이야
e는 3일에 한 번씩 얼른 혼인결재 해달라고 조르는데
진짜 나는 아직 결혼 생각은 1도 안 들어서.. 모르겠어
오리언니는 30살 되면 하루에 한 번씩 결혼생각 든다는뎈ㅋㅋㅋ
일단 지금은 진짜 모르겠다
당장은 e랑 다시 만나게 되서 좋아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면 뭔가 불편하고 꽁기꽁기 하잖아
이게 e랑 처음 데이트 하던 느낌이 나ㅋㅋㅋㅋㅋ
여기까지가 내 근황토크였어
e랑 다시 만나기 시작해서 남은 글은 못 쓸 거 같아ㅠ 지금은
남자친구 두고 다른 남자랑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게 좀 그렇잖아..
그래도 종종 들를게
혹시나 문제? 생겨서 글 몇 개 지워도 걍 그러려니 해줘
아 관심도 없으려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째든 다들 잘 지내고 마지막까지 코로나 조심하고
몇 개월간 재밌는 놀이? 추억? 만들어줘서 고맙ㅋㅋ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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